서도 여운(西道餘韻)   - 옷과 밥과 자유
                                                                           - 김소월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베
눌하게 익어서 숙으러졌네

초산(楚山)지나 적유령(狄踰靈)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동아일보}, 19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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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연구]
공중 : 새에게 주어진 자유의 공간
털, 깃 : 새에게 주어진 옷
밭곡식, 물벼 : 새에게 주어진 곡식
초산, 적유령 : 나귀(화자의 분신)가 반드시 넘어야할 고난의 길-새와 대비됨.
나귀 : 새와 대비되어 고난의 길을 걷는 화자의 분신
너 왜 넘니? : 질문 형식을 통하여 생존권과 자유를 박탈당한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을 상기시킨 표현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저항적. 현실 비판적, 참여적
특징 : 절제된 시어의 구사. 두 개의 상반된 시적 대상을 통해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을 형상화함
제재 : 새와 짐 실은 나귀
주제 : 일제 강점하의 고단한 삶.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의 현실. 생존의 터전을 상실한 하층민의 비애
표현 :  ① 우의적 수법을 통해 우리 민족의 현실을 표현함.
            ② 간결하고 절제된 시어로 주제를 형상화함.
구성 : 1연 -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의 모습
           2연 - 잘 익은 곡식의 모습 
           3∼4연 - 짐을 싣고 힘겹게 적유령을 넘는 나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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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길잡이>
  소월은 <엄마야 누나야>와 같은 소박한 전원시 또는 동시적(童詩的) 경향과,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류의 애틋한 사랑시, 그리고 <삭주구성(朔州龜城)>, <길> 등의 향토적 서정시, <부모>로 대표되는 가족주의시, <접동새>와 같은 설화적 민속시 모두를 망라하고 있어, 그야말로 서정시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 준 시인이었다. 그러나 이 <옷과 밥과 자유> 같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나 저항 의지가 담긴 또 다른 시세계를 보여 주기도 하였다.
  이 시는 '새'·'곡식'·'나귀'를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등장하는 시적 화자의 '옷과 밥과 자유'를 상실한 절망감과 탄식을 그려내고 있다. 제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어의 선택으로 인해 다소 모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인은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을 통해 '새'에서 '옷'을, '곡식'에서 '밥'을, '나귀'에서 '자유'를 유추시키는 의도적인 구성 방법을 취하고 있다.
  새에게는 '털 있고 깃이 있'어 마음대로 '공중에 떠다니'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옷' 한 벌 갖지 못한 시적 화자는 한낱 미물(微物)에 불과한 '새'보다도 못한 식민지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일제의 악랄한 토지 수탈 정책으로 인해 농토를 빼앗긴 그들에게 있어서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진 '밭곡식'과 '물벼'는 이미 그림의 떡일 뿐이다. 
  또한 '초산 지나 적유령 / 넘어서'는 '나귀'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시적 화자의 고통스런 모습을 상징한다. '너는 왜 넘니?'라는 반문의 마지막 시행에서 굴레와 같은 코뚜레와 '짐'으로 표상되는 '나귀'를 통해 '자유'를 잃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비극적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옷'과 '밥'과 '자유'라는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빼앗기고 살아가던 당시의 식민지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간단한 서경 묘사에 소박하나 절제된 탄식과 연민이 깃들어 있으며 직접 옷과 밥과 자유를 얘기하지 않으면서 그 결핍을 선연히 드러낸다. 화자는 우선 공중에 떠다니는 새를 가리키면서 사람들이 헐벗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어서 잘 익은 곡식을 가리키면서 그것이 화자의 그의 이웃들에게 사실상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음을 암시한다. 나그네임이 분명한 화자는 짐 싣고 재를 넘는 나귀에서 바로 자신의 고단한 모습을 발견한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란 마지막 구절은 예사로운 반문 속에 화자의 고단함과 굴레와 자유 없음의 긴 사연이 간결하게 암시되어 있다. 소월에게 옷과 밥과 자유를 모두 빼앗긴 상황이 헐벗고 굶주리고 자유 없는 식민지 조국의 현실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간절 사연이 애사로운 어조로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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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읽기>
1. 1연의 새는 어떤 모습인가?
    ☞ 털이 있고 깃을 가지고 공중에 떠다닌다.

2. 새의 모습을 이렇게 보고 표현한 화자의 심리적 상태를 제목과 관련지어 짐작해 볼 때 지금 어떤 처지일 것 같은가?
    ☞ 새는 옷이 있고 자유가 있는데 비해 자신은 옷도 자유도 없다.

3. 2연의 곡식은 어떤 모습인가?
    ☞ 눌하게 익어 숙으러졌다.

4. 위의 2번에서와 같이 표현한 화자의 내면적인 의도는?
    ☞ 곡식은 이렇게 잘 익었으나 내가 먹을 것은 없다.

5. 3,4 연에서 나귀의 모습은 어떠한가?
    ☞ 짐 실은 나귀가 초산 지나 적유령 고개를 넘는다.

6. 여기서 나귀의 삶은 어떠하다고 느껴지는가?
    ☞ 고단하고 구속된 삶을 살고 있다.

7. 그러면 나귀에게는 '옷과 밥과 자유'가 주어져 있는 것 같은가?
    ☞ 그렇지 않다.

8. 위 시에서 본 화자의 처지와 나귀는 어떠한가?
    ☞ 같다. 그렇다면 화자는 나귀의 모습에서 자신의 삶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로구나. 시적 대상에 대한 화자의 자기 동일시 뭐 그런 것이 되겠네.

9. 4연의 물음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 같은가?
    ☞ 화자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은데요.

10. 그렇지요. 정리하면,
    ☞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왜 사나?'하고 말입니다.